6개월간의 치열한 배움 끝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저는 또다시 예상치 못한 불합리한 현실에 부딪혔습니다. 원하는 직무가 아닌 곳에서만 연락이 오는 상황 속에서, 왕복 4시간의 거리를 달려간 면접장에서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고, 결국 용기를 내어 맞섰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이 글은 단순히 한 개인의 구직 실패담을 넘어,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절박함과 간절함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더 나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집니다.
취업 준비생에게 '좋은 시기'는 없다
지난 6개월간의 배움을 마치고 포트폴리오와 자격증을 손에 넣은 저는 드디어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장 힘든 시기에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원 공부가 11월에 끝났기에, 사실상 연말연시가 겹치면서 채용 시장은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원하는 직무가 아닌 다른 직무로만 연락이 왔지만, 저는 신입에게는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왕복 몇 시간씩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면접관 앞에서 저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언젠가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러던 중, 저의 지난 경험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공기업이었고, 면접관으로 박사 학위까지 있는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그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했고, 꽤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면접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산조각 났습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모욕을 마주하다
면접이 시작되고, 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제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면접관인 교수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세요?" 저는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제 겨우 답변을 시작했을 뿐인데, 제가 대답을 다 하지도 못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벙찐 채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반응을 보며 그는 계속해서 저를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 순간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사람이 정말 나를 뽑고 싶은 마음에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저 나를 무시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부른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저의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용기를 냈습니다. 더 이상 불합리한 상황을 참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취업준비생의 간절함, 그리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고민
저는 면접관에게 솔직하게 제 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는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어떤 점을 보시고 계속 면접을 지속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답변을 하기 전에 저를 무시하는 발언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말을 들은 그는 당황했고, 결국 저에게 사과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굳이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면접 문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취업을 준비하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슬퍼지기도 합니다. 4시간이라는 시간을 들여 면접을 보러 가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불합리한 대우 속에서 묵묵히 버텨내는 그들의 삶을 과연 이 사회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저는 가끔씩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좀 더 나은 어른이었다면, 좀 더 좋은 사회이지 않았을까?' 하고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잠시 멈춰 서서 청년들의 삶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의 좌충우돌 부산 정착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의 구직 활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제가 또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기대해주세요.